어느푸른저녁

우리가 무심코 죽인 것들

시월의숲 2009. 7. 14. 20:52

무슨 이유 때문일까?

 

어제와 오늘, 무척이나 많은 개미들이 내 방에 출몰한다. 그동안 한 마리도 보이지 않더니 갑자기 하루 이틀 사이에 어디서 이렇게 많은 개미들이 몰려온 것인지! 그리 깨끗하게라고는 말 못하겠지만, 비교적 자주 청소를 하는데도 불구하고. 어제 오늘 내가 죽인 개미만 해도 꽤 많은 수가 될 것이다. 깨알 같은 것들이 자꾸만 방안을 움직여 다니니까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다. 급기야 몸까지 근질거리는 것 같고. 이렇게 계속 개미를 집단학살하다가 내가 잠든 사이 수천마리의 개미들이 합심하여 나에게 복수하려 드는 것은 아닐까 심히 걱정도 된다. 아, 이런 상상은 꿈에서라도 몸서리쳐질  것이 분명한데...

 

우리가 살면서 일부러 혹은 무심코 죽인 벌레들의 수는 얼마나 될까? 갑자기 궁금해진다. 또 우리가 아무런 가책 없이 죽인 것들의 삶의 무게를 잴 수 있다면 우리는 과연 그 무게를 짊어지고 살아갈 수 있을까. 그들의 목숨과 나의 목숨이 같은 것이라고 한다면? 그렇다고 개미나 바퀴벌레 등을 죽이지 않는다면 인간은 결코 쾌적한 환경에서 살 수 없을 것이다. 아, 나는 왜 이렇게 쓸데없는 생각을 심각한 척하고 있는 건지. 다만 휴지로 개미를 꾹꾹 눌러죽이고 있는 나 자신을 의식한다는 건 그리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 어쨌건 그것도 일종의 죽이는 행위일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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