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글을 쓰려면

시월의숲 2009. 10. 15. 00:10

블로그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글을 쓰려면 도시를 떠나지 말라,는 문장을 발견했다. 정확히 그 문장이 맞는지 확실치는 않지만, 어쨌거나 글을 쓰고 싶으면 늘 너무 많은 사람들과 부대끼는 도시 속에서 살아야 한다는 말일게다. 산과, 나무, 돌과, 바람 같은 자연에 대해 쓰는 것은 실상 그것이 너무도 위대하기 때문에, 개인은 지극히 단순화되고 표현은 진부해지기 쉽지 않은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대부분의 소설도 온통 도시에서의 삶에 대한 이야기들뿐이다. 도시에는 사람이 있고, 사람이 너무나 많고 그래서 글로 써내야할 많은 사연과 사건들이 부지기수로 존재하는 곳이다. 문학은 근본적으로 지극히 인간적인 행위이므로 인간이 그 중심에 놓여있음은 쉬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자기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쓰더라도 주인공은 어쨌거나 '인간'인 '나'가 아닌가. 하지만 정말 그래야만 하는 것일까? 우리는 인간이 아닌 것들에 대해서 쓸 수는 없는 것일까? 설사 인간이 아닌 것들에 대해 쓴다고 하더라도 결국 그것은 인간을, 인간관계를, 인간이 만들어낸 문화현상을 설명하는 것에 그치고 마는 것일까? 정말 그런 것일까?

 

물론 글을 쓰기 위해서 반드시 도시에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글을 쓰려면 도시를 떠나지 말라는 말은 인간에 대해 좀 더 탐구하고 이해하고 모순을 밝혀내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말임을 알고 있다. 그리고 내가 어리광부리듯 인간이 아닌 것들에 대해서 쓸 수는 없는 것이냐고 말하는 것도 사실은 인간을 좀 더 이해해보기 위한 몸부림이라는 것도 안다. 나는 인간을 혐오하면서도 그 나약함을 사랑하는 것이다. 하지만 두렵고 막막하다. 내 스스로가 만들어낸 딱딱한 껍질을 깨는 것이. 벽을 부수는 것이. 개의 목을 따는 것이. 하지만 반드시 그래야만 하는가?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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