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적당량

시월의숲 2009. 10. 11. 21:34

해가 많이 짧아졌고, 아침 저녁으로 좀 더 서늘해졌다. 주인 할머니께서 작년에 주신 김치를 오늘 드디어 버렸다. 김치찌개를 끓이려고 냉장고에서 김치통을 꺼내 열어보았는데, 이건 도저히 먹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김치의 색깔은 거무죽죽했고, 설명하기 힘든 묘한 냄새가 진동을 하였다. 자취를 하는 나를 위해 김치를 챙겨주신 할머니가 고마웠지만, 고마운 마음에 그 김치를 먹었다가는 내가 탈이 날 것만 같았다. 그래서 미련없이 음식물 쓰레기통에 부어버렸다. 오랫동안 내 작은 냉장고를 차지하고 있던 김치를 버리니 냉장고가 다 휑해졌지만 기분은 시원했다. 혼자 사는 사람에게는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좀 더 엄격하게 적용해야 할 룰이 있는데, 바로 '적당량'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많지도 적지도 않은, 아니 약간은 적은 듯 보이는 양. 그러니까 김치를 냉장고에 넣어두고 썩혀 버리고 싶지 않으면 적당히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적당량, 즉 쓰임에 알맞은 분량이란 도대체 어느 정도의 양을 말하는 것일까? 응? 괜히 딴소리 하지 말고, 정말 김치가 많아서, 오래 놔두었기 때문에 상한 것이냐고? 글쎄... 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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