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죽음의 형태

시월의숲 2010. 11. 29. 21:36

죽음이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아니 존재한다. 그렇다. 죽음은 존재하는 것이다. 그것도 꽤 다양한 형태로. 하지만 그렇게 존재하는 죽음의 다양한 형태가 자연의 일부라는 말로써 눈이 덮히듯 하얗게 덮혀질 수 있는 것이던가? 인간에게 있어 죽음이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일 뿐이던가? 그렇다면 오로지 인간이기에 행할 수 있는 죽음의 형태들, 예를 들어 자살, 살인, 전쟁에 의한 죽음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어쩌면 우리는 그것들을 지극히 인간적인 행태의 표출이라 말할 수도 있으리라. 인간이기에 행할 수 있는 가장 어리석고 광기어린 짓이라고. 과거 이 땅에서도 일어났고, 중동지역에서도 심심찮게 일어나는 전쟁에 의한 죽음. 그것은 21세기를 살아가는 지금의 우리나라에서 일어날지도 모르는 가장 현실적인(?) 시나리오이기도 하다. 그것은 눈먼 광기의 소산이자 결과적으로 모든 인류에게 이득이 되지 않는 한마디로 미친 짓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그토록 바보같은 짓을 우리는 태연히 저지르며, 누군가는 미소짓고, 누군가는 울부짖는다. 이유가 없는 전쟁은 없다. 하지만 명분이라고 내민 저마다의 구호는 하나같이 자신들의 기준에 맞춘 명분이요 정의일 뿐이다.  믿는 신이 다르다는 이유로, 혹은 권력승계의 도구로, 혹은 경제적인 이유로. 얼마전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날개 돗친 듯 팔려나간 적이 있다. 책에서 아무리 정의에 대해서, 휴머니즘에 대해서, 인간적인 것에 대해서, 박애에 대해서 이야기한다고 해도 우리는 여전히 전쟁을 준비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아무런 대비도 하지 못한채 그냥 죽는다. 우리는 사람들의 죽음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는가. 그렇게 사라져버린 사람들 덕분에 우리들은 또 살아간다. 모든 살아있는 것들은 모든 죽은 것들에게 얼마간의 빚을 지고 있다. 한 생명이 진다는 것. 그 짧막한 한 문장의 말 속에 얼마나 엄청난 삶의 무게가 실려있는 것인지. 죽음은 그렇게 자연스럽지 못한 형태로 존재하기도 한다. 자연스럽지 못한 형태? 그렇다면 자연스러운 죽음은 어떤 모습이여야 하는가? 수명을 다해 죽는 것? 혹은 병들어서 죽는 것? 나는 늘 자연스럽다는 말 속에 담긴 이분법적인 사고가 싫었다. 도대체 무엇이 자연스러운 것이란 말인가? 그 말 속에는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는 모호하기 그지없는 기준과 다수의 횡포와 인간중심적인 사고가 점철되어 있는데! 하지만 전쟁에 의한 죽음. 사회의 거대한 어리석음에 의한 죽음만큼 분한 죽음이 또 있을까. 그것은 인간의 나약함을 가장 여실히 드러내는 현상일 뿐만 아니라 가장 허망하고, 비극적일 정도로 어리석은 짓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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