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Dear, Cloud

시월의숲 2010. 12. 13. 20:44

1.

아침에 눈을 떴는데 알람이 아직 울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핸드폰 폴더를 열어 시간을 확인해 보니 7시 35분. 화들짝 놀라 일어난다. 주말이라 핸드폰 알람기능을 해지해 놓은 채 그냥 두었던 것이다. 머리를 감고, 세수를 하고, 우유에 만 씨리얼을 먹고, 옷을 챙겨 입은 뒤 집을 나선다. 비가 내려 날은 흐리고, 추운 날씨에 장갑을 끼지 않은 나는 우산을 든 손을 연신 바꿔가며 걸음을 걷는다. 도로는 간밤에 온 눈과 비로 반쯤 얼어붙어 있다. 서걱서걱, 질척질척. 아이들은 우산을 든채 경사진 도로를 빠르게 내려오다가 몇 번이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선다. 옷이 지저분해지면서도 뭐가 그리 즐거운지 아이들은 특유의 재잘거리는 웃음을 연거푸 터뜨리며 내곁을 스쳐 지나간다. 매서운 추위와 질척이고 미끄러운 도로와 내리는 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미끄러져 더러워진 옷 따위는 아무 문제도 아니라는 듯. 니체는 아이들을 통해 중력을 극복하는 법을 배우라고 했다지. 그런가 보다. 아이들은 확실히 지구의, 세상의 무거운 중력 따위엔 아랑곳 하지 않는다. 그게 무엇인지도 모를 것이다. 그렇다면 중력을 느끼게 하는 것은 시간인가? 저 아이들의 몸속에 종양처럼 자라날 시간, 무참히 흘러갈 시간, 육체에 붙은 살덩이를 뭉텅뭉텅 베어내는, 그리하여 결국 무거움 속에, 한없는 고통 속에 스스로 침잠하기를 종용하는.

 

 

2.

디어 클라우드의 노래를 반복해서 듣고 있다. 요즘 이 그룹에 빠져있다. 겨울에 어울리는 목소리와 감성, 우울하지만 감각적인 멜로디. '얼음요새'라는 노래는 이 겨울과 무척이나 어울린다. 나는 아무래도 중성적인 목소리에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 요즘엔 인디밴드들의 음악을 찾아서 듣고 있는데, 알고보면 우리나라에도 감성을 파고드는 제법 훌륭한 멜로디와 목소리를 가진 밴드들이 참 많다는 것을 깨닫는다. 디어 클라우드, 메이트, 데이브레이크, 노리플라이, 로로스, 에피톤 프로젝트, 보드카 레인, 허클베리 핀, 3호선 버터플라이 등등. 이소라나 이상은, 넬은 인디라고 부를 수 없을 정도로 알려지긴 했지만, 어쨌건 그들의 노래도 무척이나 좋다. 하지만 요즘 내 귀를 적셔주는 건 디어 클라우드. 보컬의 음성엔 커피처럼 묘한 중독성이 있다. 음악을 듣다보면 인디 밴드들을 하나하나 알아가는 재미도 생긴다. 이 밴드를 알게 되면 다른 밴드가 꼬리를 물고 나타난다. 책이든 음악이든 그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찾아서 읽게 되고 듣게 되는 것이다. 관심은 그런 식으로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는 것이리라. 하지만 넓어지는 만큼 깊어질 수 있을까? 넓어지고 깊어진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Dear, Cloud  노래를 듣다보면 알게 될까, 넓어지고 깊어진다는 것이 무엇인지, 진심이란 무엇인지, 마음을 사로잡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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