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어느날 문득

시월의숲 2011. 5. 31. 23:41

이건 뭘까. 이 알 수 없는 감정의 괴리감이란. 내가 바라고 지향하는 것과, 나를 불안에 빠뜨리고 공격적으로 만들며, 신경을 곤두세우게 하는 것들 사이의 괴리감이 너무나도 생생하게 느껴져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버렸다. 어느 순간, 어떤 말들로 인해. 아무 것도 무서울 것이 없는 존재들이 내뱉는 거침없는 말과 행동. 나의 존재를 묵살하거나 인식하지 못하는 자들. 나는 무엇이 두려운 것일까. 내가 정말로 무서워 하는 것은 증오나 미움, 없신여김, 안하무인, 거침없음, 공격적인 성향이 아닌 내가 그토록 유지하기를 바라던 윤리나 도덕, 예의, 친절함, 친근함 같은 것이 아닐까. 너무나도 벗겨지기 쉽고 녹아내리기 쉬운 달콤하고 안일한 그것. 그 가식적인 껍데기를 벗어버리고 싶은 것이 아닐까. 나는 때때로 그런 생각을 하는 내가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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