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쉴 때는 아무 걱정없이

시월의숲 2011. 6. 6. 22:08

일이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 연휴동안 밀린 업무를 해야겠다고 다짐하고 있었는데, 일요일에는 동생이, 오늘은 친구들이 들이닥쳐 결국 생각했던 일을 하지 못했다. 남들 다 노는데 무슨 일이냐고 보는 사람들마다 한마디씩 했지만, 나는 정말이지 일을 빨리 끝내고 싶었던 것 뿐이다. 일과시간에는 도저히 하지 못하겠고, 매일 시간외 근무를 해도 일이 진척이 되지 않으니 주말을 이용해서라도 할 수 밖에. 나도 쉬고 싶지 않은 것은 아니다. 나는 정말 이 직업이 개인적인 시간이 많이 생기는 일인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개인적인 시간은 커녕, 요 근래는 매일 저녁 아홉시 전으로 들어가는 일이 없으니 한숨만 나오고 머리가 돌 지경이다. 내 능력이 이것밖에 되지 않는 것일까. 자책과 후회는 아무런 도움도, 위로도 되지 않는다. 좀 우울하고 답답한 마음만 들뿐. 어제 오늘 쉬어도 쉬는 것 같지가 않다. 맛있는 것을 먹고, 영화를 보고, 친구들을 만나 수다를 떨어도 마음 한켠에는 밀린 일에 대한 걱정이 나를 억누르고 있다. 마음 편히 놀지 못하는 자의 비애란! 아, 이것도 병일 것이다. 저녁에는 씁쓸한 마음을 달랠 겸 동네 미용실에 가서 머리칼을 잘랐다. 잘려나간 머리칼처럼 내 쓸데없는 근심도 잘려나가기를. 머리칼을 자르니 기분이 좀 나아진다. 이래서 여자들은 미용실에 가는구나. 그래, 걱정만으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내일 더 열심히 하는 수밖에는. 삶이 계획대로만 된다면 좀 재미가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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