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개인의 취향

시월의숲 2011. 8. 23. 23:00

무슨 말이든 막 하고 싶다. 그냥 막 웃고 싶기도 하고, 큰소리로 한없이 엉엉 울고 싶기도 하다. 무엇을 하든지 다 받아들여 줄 것만 같은 하늘이다.

 

퇴근을 하고 쿡티비로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았다. 재미없는 것들도 있지만 잘 찾아보면 꽤 재미있는 것들도 있어서 그런 애니메이션이 걸리면 몇 시간이고 앉아서 계속 보게된다. 재밌는 만화를 보면 시간이 두 배로 빨리 흐르는 것 같다. 한 편당 약 20분 정도로 된 시리즈물이라서 그런가? 미니시리즈나 드라마를 볼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물론 내가 보는 것이 '만화'라는 점이 다른 시리즈물과 가장 다른 점이겠지만. 예전에 비디오대여점에서 일할 때, 만화책과 판타지 소설 같은 것도 같이 대여했었는데 그때 일하면서 틈틈히 만화책을 보았다. 당시에는 뭐가 유명한지도 모른채 그냥 끌리는대로 읽었는데, 내가 읽는 것들과 사람들이 많이 빌려가는 책들, 소위 인기있는 책들 사이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었다. 그때 본 만화책들과 지금 골라보는 애니메이션을 근거로 내 나름 내 취향을 말해보자면, 나는 확실히 학원물이나 청춘물, 로봇 혹은 그 비슷한 것들이 나오는 공상과학물, 무술이나 격투기 같은 것엔 별 흥미가 없다. 너무 어린애들이 나오는 것도 싫다. 유치하다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마법이 나오는 만화가 좋다. 그러니까 판타지물이라고 해야하나? 거기에 약간의 액션도 가미되면 더 좋겠다. 그러니까 마법을 쓰면서 싸우는 것이다. 등장하는 캐릭터들마다 고유의 마법 혹은 능력이 하나씩은 있고, 그것을 활용해서 모험을 헤쳐나가고 정의를 구현하는 것이다! 일본만화를 보면 일률적이다 싶을 정도로 비슷한 가치나 관념을 주입하기도 하고 쓸데없이 심각해지기도 해서 보다보면 좀 지칠때도 있지만 뭐 만화니까 그려려니 한다. 어차피 내가 보는 것은 만화의 주인공들이 부리는 화려하고도 색색의 마법 혹은 고유의 능력이니까 말이다. 이건 내가 엑스맨이라는 영화를 좋아하는 것과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개개인이 가진 특수하고도 초현실적인 능력을 발휘하는 장면은 언제봐도 짜릿하고 흥분된다. 그건 내가 지극히 볼품없고 지루할 정도로 평범한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가끔 나도 저런 능력이 있다면 좋을텐데 하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일본사람들은 그런 평범하고 나약한 사람들의 심리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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