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얼마나 많은 만남과 헤어짐이 있어야

시월의숲 2012. 1. 2.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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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익숙했던 사람들과 헤어짐의 인사를 하고, 새로 익숙해져야할 사람들과 만남의 인사를 했다. 만남과 헤어짐의 교차지점. 오늘이 딱 그런 날이다. 2011년을 떠나보내고 2012년을 맞이하는 날, 나는 새로운 곳에 발령을 받았다. 이젠 익숙해질 때도 되었는데,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건 아직 내겐 힘든 일이다. 낯선 사람과 익숙해지기 위한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무언가를 반복하면 익숙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낯섦'은 아무리 해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낯섦은 내게 영원히 낯선 일일 것만 같다. 아직 익숙해질만큼 반복하지 못해서일까? 얼마나 많은 반복이 있어야 '낯섦'에 익숙해질 수 있을까? 얼마나 많은 만남과 헤어짐이 있어야 하는 것일까? 어쩌면 그것은 영원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저 시간의 비밀을 알 수 없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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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혼란스럽고, 슬프고, 시원한 기분.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일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전에 있던 곳보다는 낫지 않을까 하는 약간의 기대감이 뒤범벅된. 오늘은 그런 묘한 기분으로 하루를 보냈다. 본격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되지 않아서 전임자가 해놓은 서류를 뒤적이거나 책상을 정리하고 캐비닛을 열어보거나 했다. 앞으로 내가 해야할 일을 빈 노트에 적어보기도 하고, 옆에 있는 동료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했다. 사람들은 모두들 밝은 웃음을 짓고 있어서 호의적으로 보였다. 그냥 그렇게 어색하고 낯선 하루가 갔다. 저녁엔 전에 근무하던 사람들과 같이 식사를 했다. 가는 사람은 가는 곳에서, 오는 사람은 오는 곳에서 각자 적응하며 살아가야 하리라. 내 삶의 일부는 이미 과거가 되었고, 나는 지금부터 다시 현재를 살아가야만 한다. 내 삶의 한 부분이 이미 과거 속으로 들어가버렸다는 사실이 얼떨떨하고 믿기지는 않지만. 생각해보면 삶은 늘 얼떨떨했고, 믿기지 않았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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