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순간순간

시월의숲 2012. 1. 17. 20:32

*

세상은 넓고, 읽은 건 많고, 인생은 짧다.

 

이건 아무리 생각해봐도 안타까운 일이다. 넓은 세상에서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한정되어 있고(사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책을 읽는 것 또한 한정되어 있다. 경험의 폭과 지식의 폭을 넓히고 싶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 인생이 유한하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지금 흘려보내는 시간이 더욱 아깝게 느껴진다. 나는 지금 무얼하고 있는가? 이 질문 앞에서 나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한다. 사실 생각해보면 지금 내가 느끼는 이 안타까움은 터무니없는 것이다. 그것은 내가 이 넓은 세상에 맞서 열심히 무언가를 하고 있을 때에만 정당화 될 수 있는 말이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것도 읽지 않고, 아무것도 쓰지 않으면서 무슨 안타까움을 느낀다는 말인가? 그건 나 자신의 무기력과 나태함에 대한 세 살 난 아이의 징징거림밖에 되지 않는다. 그건 나 자신이 못났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정말 이런 유치한 놀음에서 벗어나고 싶다. 무언가를 결심하고, 그것을 행하고 난 후의 변화나 감동 따위를 나는 절실히 원한다. 아, 내게 부족한 것은 어떤 절실함인가? 결단인가? 용기인가? 그 모든 것? 그 모든 것이 내겐 부족하고, 그래서 나는 그 모든 것이 필요하다. 진정으로. 그래서 이런 말, 결심의 말, 자학의 말, 소망의 말 같은 유치하고 재미없는 말 따위는 결코 하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것이다.

 

 

*

잡생각은 떨쳐버리고, 읽고 또 읽자. 유한한 인생에서 내가 유일하게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는 순간순간을 만들자. 그래, 너무 안달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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