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잘 지내나요

시월의숲 2012. 5. 21.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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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좀 짜게 먹었는지, 자꾸만 물을 마시고 싶다. 아무래도 미역국에 소금을 너무 많이 넣은 모양이다. 갈증이 나는데, 배가 고픈듯도 하고, 뭔가 허전한 기분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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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휙하고 지나가긴 하는데, 그게 시간인지, 내가 흘린 감정들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다. 5월은 아직 10일이나 남았지만 또 벌써 반이 넘게 지나가 버린 것도 사실이다. 늘 그렇듯 '벌써'와 '아직도' 사이에서 잠이 덜 깬 얼굴로 서성인다. 아마도 내가 살아있는 한 영원히(이 말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그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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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뜻하지 않게 친구들과 경주에 다녀왔고, 봉화에 있는 친구를 찾아가 보기도 했으며,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컴퓨터 관련 시험을 보기도 했다. 그러고보면 2012년의 5월은 거의 집에만 있는 내 성향에 비추어 비교적 대외 활동을 많이 한 달인 것 같다. 컴퓨터 시험을 치르기 위해 며칠간 오후 반나절은 수업을 듣는데 시간을 보내기도 했고, 일 때문에 주말에 직장에 나가야 하는 때도 많았으며, 이런저런 사람들과의 만남도 꽤 있었다. 반강제에 의한 컴퓨터 시험 때문에 지인의 출판기념회에 가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출판기념회에 못가는 대신 책을 샀다. 생각보다 꽤 공을 들인 것 같다. '문학기행'이라는 제목을 단 에세이인데, 천천히 읽어볼 생각이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은 진도가 잘 나가지 않는다. 민음사에서 나온 앙드레 지드의 <지상의 양식>이라는 책인데, 표제작인 '지상의 양식' 말고도 '새로운 양식'이라는 글이 더 실려있다. 이걸 도대체 며칠이나 붙잡고 있는 것인지... 오월의 햇살 특유의 나른함 때문인가. 사다놓고 읽지 않은 책들에게 괜히 미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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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오월도 정신없이 지나갈 것 같다. 그래, 즐겨야지, 별 수 있나. 그래도 조금은 마음의 여유가 생긴 것 같아 다행이다. 그래서일까? 그냥 아무에게나 다가가 '잘 지내나요?'라고 안부를 묻고 싶다. 이상한 사람 취급해도 상관없다. 뭐 아무렴 어떤가. 그냥 인사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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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당신, 잘 지내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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