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걷기만 하네

시월의숲 2012. 5. 8. 23:30

녹음은 점점 짙어지고, 바람이 많이 불고, 창을 열어 놓으면 노란 송화가루가 방바닥은 물론 사물의 모든 틈새에 소복히 쌓이는 이천십이년의 오월. 계절은 이미 바다 쪽으로 혹은 여름 쪽으로 세 걸음 다가섰다. 온통 변하는 것들 속에서 나는 새로울 것 없는 얼굴로 오월을 맞았다. 내 몸은 날이 갈수록 가벼워지는데, 내 마음은 날이 갈수록 무거워지는 것은 무슨 조화일까? 태양은 본격적으로 뜨거워지기 위해 숨을 고르는데 나는 언제나 꾸물거리기만 하지. 오월도 여러날이 지나갔건만 나는 아직도 어색하고 낯선 얼굴로 오월의 거리를 걷네. 걷기만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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