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누군가를 문 밖으로 밀어낸다는 건 참 곤혹스러운 일이야

시월의숲 2012. 10. 22. 21:04

방명록에다 다짜고짜 '좋은 블로그네요, 혹은 멋진 블로그 잘 보았습니다, 저의 블로그도 방문해 주세요'라고 글을 올리는 사람들이 있다. 처음엔 약간은 설레는 마음으로 빨간 불이 켜진 블로그를 들어와보지만 역시나 그건 아무런 의미없는 낚시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이내 실망하고 만다. 지금은 그런 설렘이나 실망 같은 감정을 느끼지는 않지만, 처음엔 그랬다. 전 세계로 열려 있기에 더욱 사막같은 이 공간에서 누군가 잠시 내 블로그에 들렀다는 사실, 내 글을 읽었다는 사실, 그래서 한 마디의 말을 남겼다는 사실이 내겐 무척이나 신기하고 특별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소통 불능의 시대에 소통하고 싶어하는 최소한의 심정이랄까? 어쩌면 영원히 불가능할지 모르는(이런 공간에서는 더욱) 그런 신기루에 나는 매력을 느꼈던 것이리라. 아마도 나 뿐만 아니라 평범한 모든 사람들의 마음도 이와 같지 않을까? 그런데 다짜고짜 멋진 블로그 잘 보았다니, 그래서 자신의 블로그도 방문을 해 달라니, 도대체 그는 내 블로그의 글을 읽기나 한 것인가? 아마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처음엔 이게 도대체 뭔가 하는 신기한 마음에 블로그를 방문해 본 적도 있다. 하지만 그건 게임이나 성인사이트, 자신의 경제적인 이득만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홍보성 사이트일 뿐이었다. 나는 그걸 알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이 들었던걸까. 그들은 '혹시나'하는 마음과 '이건 뭐지'하는 사람들의 궁금증을 미끼로 낚시를 한 것에 지나지 않는데. 그런 것을 유혹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우리를 유혹하는 것들. 우리의 나약한 부분, 관심 받고 싶고, 소통하고 싶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고, 공감하고 싶고, 공유하고 싶은 마음을 파고드는 것들. 우리의 약한 마음을 잡아 흔드는 것들. 우리의 마음에 그러한 부분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는 한 그들의 유혹은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과는 다른 모습, 다른 방법, 다른 언어, 다른 제스처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그들에게 말하고 싶다. 미안하지만 내가 당신들의 블로그에 방문할 일은 없을테니 내 블로그에 우연히 들어왔다하더라도 그냥 나가주세요, 라고. 누군가를 내 손으로 밀어서 문 밖으로 나가게 하지 말아 달라고. 그건 당신에게도 나에게도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니겠지요? 누군가를 문 밖으로 밀어낸다는 건, 그게 누구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건 간에 참 곤혹스러운 일일 테니까요. 물론 당신은 내 블로그에 글을 올렸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하겠지만. 그래서 다음날 또다시 내 블로그 방명록에 멋진 블로그 잘 보았다는 인삿말을 남기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