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나를 애타게 찾을 일도, 내가 누굴 애타게 그리워할 일도 없건만 핸드폰 없이 지낸 이틀 간의 시간동안 나는 무엇을 그리도 애타했던 것인지. 사택으로 돌아온 오늘, 이불 위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핸드폰 폴더를 열어본 후 새삼 깨닫는다. 내게 치명적으로 일어나야 할 일 따위는 아무 것도 없다고. 나를 찾는 사람과 내가 찾을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고. 스팸메일과 중요하지 않는 부재중 전화 몇 통, 그것이 전부라고. 이건 그리 즐거워 할 일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또 그리 슬퍼할 일도 아니다. 내가 애타해야 할 그 어떤 이유도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나는 지난 이틀 간 무엇을 그리도 궁금해한 것일까? 현재의 순간을 제대로 즐기지 못한채. 참 어리석고, 우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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