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금이 간 그릇하나 만들지도, 볼품없는 그림 한 점 그리지도 못하면서

시월의숲 2013. 1. 27. 16:33

오랜만에 예전에 가입했던 카페에 들어가 글을 남겼다. 블로그를 하면서 카페활동은 거의 하지 않게 되었는데, 그래도 가끔씩 들어가보는 카페가 있다. 작가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모인 카페인데, 예전에 한창 무언가를 쓰고자 하는 열망에 사로잡혔을 때 가입을 한 후 십여 년이 넘게 시간이 흘렀다. 무엇하나 변변하게 써보지도 못하고 그저 입구에 서서 서성이는 사람처럼 그렇게 카페를 서성거렸었다. 시나 소설을 쓰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전혀 알지 못했고, 그래서 답답했고, 어떻게라도 해야만 했다. 그래서 카페에 가입을 하게 되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고작 그것밖에 없었던 것 같다. 대학교 3학년 때부터 전공과 무관한 국문학 수업을 찾아가며 들어도, 글을 쓰는 것과 바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러니까 내겐 글이란 어떻게 써야 하는 것이다, 라고 명쾌하게 설명해 줄 가이드가 필요했다. 수업시간에 배운 시론과 소설론 등은 그런 내 갈증을 해소해주지 못했다. 하지만 어쨌든 그것은 그것대로 내가 글을 쓰고자 하는데 얼마간 보탬이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수업들이 바로 시나 소설 쓰기로 이어지게 하지는 못했지만, 시나 소설과 좀 더 친해지게 하였으며, 그것을 보는 시야를 조금이라도 넓혀주었으리라 믿는다. 그래도 여전히 남는 갈증은 어떻게 해야만 하는지.

 

카페에 남긴 글은 그냥 넋두리였다. 내 이런 마음으로 무슨 글을 쓸 수 있겠는가 하는 자학, 푸념 뭐 그런 것들. 그래도 간간히 남겨진 덧글을 보며 얼마간 위로를 받지만 그것의 깊이가 깊지 않음을 잘 알고 있다. 중요한 건 언제나 '나 자신'이라는 것을. 나는 왜 글을 쓰고 싶어하고, 무슨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며, 그렇게 해서 결국 무엇을 원하는가. 나는 왜 그 마음을 쉽게 떨쳐내지 못하는가. 금이 간 그릇하나 만들지도, 볼품없는 그림 한 점 그리지도 못하면서 쓸데없는 마음만은 왜 이리도 사라지지 않는가. 이건 어쩌면 짝사랑과도 같은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