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내겐 이별의 능력이 없어

시월의숲 2014. 2. 3. 22:11

연휴동안 내 머리를 짓누르고 있던 망치가 오늘에서야 서서히 사라지고 있음을 느낀다. 나는 그동안 울산 큰집에 다녀왔고, 고향에서 고모와 동생을 만났다. 연휴내내 머리가 아팠던 건, 큰집에 가기 전까지 내 마음을 억누르고 있던 스트레스가 머리쪽으로 옮겨갔기 때문이리라. 평소에 조금 춥게 지내서 그런지, 집에 갔을 때 따뜻하던 방안의 온도가 오히려 내겐 독으로 작용한 것 같다. 몸이 축축 처지고, 머리가 아프면서 목이 따갑고 열까지 나는 것 같았다. 나는 조카들과 활발하게 놀아주지 못하고 자꾸 방바닥에 누으려 했다. 지금까지 잘 버텨왔는데, 설연휴 동안 감기에 걸리다니. 짜증이 나는데 머리가 아픈, 그야말로 설상가상의 심정이랄까. 오늘은 긴 연휴를 마치고 출근한 첫날이면서 월요일이었다. 당연한 듯이 일이 손에 잘 잡히지 않고 하루종일 머리가 멍했다. 문득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궁금했다. 먹구름처럼 지난 며칠 나를 따라다니던 감정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인가. 이젠 가족들을 만나는 것이 그리 즐겁지 않다. 예전과 같은 불안함은 많이 사라졌지만 그 자리에 새로운 불안과 우울이 또아리를 틀고 있다. 보이지 않는 거리를 타파할 능력이 아직 내겐 없다. 여전히 가슴을 짓누르는 두려움 때문에 나는 일부러 더 가시 돋힌 말을 하고, 어서 혼자가 되기를, 가족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빨리 흘러가기를 바라고만 있는 것이다. 왜 그래야만 하는가? 왜 나는 혼자 끙끙 앓아야만 하는가? 나는 나를 알 수 없고, 알고는 있지만 알려지기를 바라지 않기 때문에, 나는 가슴이 아프다. 진정 그 이유 때문이라면. 아무래도 내겐 이별의 능력 따윈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