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어떻게 하는 것이 상대방을 진정 위하는 길인지

시월의숲 2014. 2. 5. 21:17

어떻게 하는 것이 상대방을 진정 위하는 길인지 제대로 알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순간의 감정에 휩싸여 상대방을 위한답시고 하는 모든 말과 행동이 오히려 그 사람을 더 큰 곤경에 빠뜨린다면. 긁어 부스럼을 만든다는 옛 속담을 오늘 몸소 체험하고보니, 허탈한 기분이 든다. 나는 그것이 그런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고, 그것이 내가 그 사람에게 하는 최선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짧은 생각이었고, 그 후에 돌아올 결과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지 못했다. 나는 그 사람에게 무척 미안했지만 그는 오히려 마음을 내려놓은 것처럼 보였다. 내가 그 사람이었다면 어땠을까. 어떤 심정일까. 인간관계의 미묘한 알력과 쓴맛을 보고 난 후, 사람은 어떻게 변하는 것일까. 나는 그동안 너무 온실 속 화초처럼 살아온 건지도 모른다. 야생의 먹이사슬이 엄연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은채로 말이다. 내가 그 사람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서로 경쟁해야만 하는 상대방과 그를 지지해주는 사람과의 관계와 같다는 사실을 나는 왜 몰랐을까. 늘 입버릇처럼 상대방의 처지가 되어보라고 말하지만, 정작 나 자신은 그러지 못했다. 깊이 이해하지 못했다. 당시에는 화가 나서 말을 제대로 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나는 좀 더 냉철해져야만 한다. 감정에 치우친 판단 보다는 보다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우선해야만 한다. 나는 한동안 고개를 들 수 없었다. 한 순간이지만 나 자신이 부끄러워 견딜 수 없었다. 이 부끄러움이 나를 한 단계 더 성장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 정말 그러하기를. 그렇지 않다면 두고두고 나는 나를 책망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