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춥지 않았다. 태백은 오늘부터 눈꽃축제를 한다고 했으나 그걸 보러 간 것은 아니었다. 우리는 봉화에 있는 분천역에서 협곡열차를 타고 태백의 철암역까지 갔다. 협곡열차를 타고 바라본 산의 모습은 설명하기 힘든 감흥을 주었다. 열차는 중간에 두 번 정차하였는데, 사진은 두 번째 정차했던 승부역 주위의 풍경이다. 열차에서 내리니 무언가 타는 냄새가 차가운 공기에 섞여 코 끝을 자극했다. 희뿌연 안개와 알싸한 공기의 냄새, 아직 녹지 않은, 겨우내 녹을 것 같지 않은 눈과 꽝꽝 얼어버린 냇가의 풍경이 순간 마음을 설레게 했다. 같이 간 이들에게는 비교적 따뜻한 날씨여서 다행이라고 말했으나 내심 더 춥기를 바랐다. 더 추워야만 저 산 속의 눈이, 얼어버린 냇가가, 뿌연 안개가, 알싸한 공기의 냄새가 더욱 내 몸과 마음에 각인될 것이므로. 그래도 여전히 겨울산은 아름다웠다. 저 좁은 길로 올라가 봤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곧 출발한다는 안내멘트에 다시 협곡열차에 올랐다. 불가능한 마음과 주저하는 마음, 설레는 마음이 공존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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