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매우 성에 차지 않거나 못마땅하여 혼잣말로 자꾸 중얼거리는 모양

시월의숲 2014. 2. 19. 00:08

늘 같은 투덜거림이다. 돌아보면 언제나 책이 잘 읽히지 않는다고 투덜대고, 그 이유가 바쁘기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 고민한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며칠 째 읽고 있는지 모르겠다. 마음을 다잡을 때가 온 것인지, 늘 어느 시기가 되면(예전에도 책을 그리 빨리 읽지는 못했지만) 책이 읽히지 않고 잡생각이 많아진다. 아니다. 생각이 많아지는 것이 아니라 생각이 하기 싫어진다고 하는게 더 정확한 표현이리라. 책에 대한 생각만 하면 좋겠지만 늘 그렇지만은 않은 것이다. 그래서 책을 펼치고도 몇 페이지 넘기지 못하고 책을 덮곤 한다. 그럴 때면 나는 심각한 좌절감을 느끼지만 그것이 다시 책을 읽게 하는 요인이 되지는 못한다. 나는 책에 대해서 어떤 신념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니까 무슨 책이든 읽지 않으면 내 삶이 빈곤하다고 느낀다. 책을 읽는 행위가 내겐 가장 인간적인 일이고, 가치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내가 무슨 다독가도 아니요, 철학책이나 인문학 서적을 탐독하여 심오한 사유를 하는 것 또한 아니지만, 어쩐지 책이 읽히지 않고, 책 읽기가 내 삶에서 멀어진다 싶은 생각이 들 때면, 어김없이 불안감이 엄습하면서 내게 주어진 짧디 짧은 삶을 낭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이것이 쓸데없는 강박인지, 내실없이 허세만 부리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어쩌면 둘 다 일지도. 하지만 이렇게 한 번씩 투덜거리고 나면 그런 생각이 줄어들면서 다시 책을 읽을 수 있게 된다. 어쩌면 이건 마음가짐의 문제인지도 모른다. 아니, 그럴 것이다. 다시 마음을 추스리고 책읽기에 집중하기 위한 나만의 통과의례랄까. 그렇다면 나는 이런 투덜거림과 자학을 오히려 기쁘게 생각해야 할 것이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을 수 있는 힘을 얻을 수만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