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독서라는 취미

시월의숲 2014. 7. 16. 22:59

누군가 취미가 뭐냐고 내게 물었다. 나는 망설이다가, 독서라고 대답했다. 나는 그가 말하는 취미라는 것에 독서도 포함이 되는지 의아했으나, 마땅히 생각나는 것이 없었고, 학창시절 취미를 적는 란에는 반드시 독서라고 적었던 기억이 있었으므로 나는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취미를 적는 란에 독서 외에 한 가지를 더 적곤 했는데, 그건 음악감상이었다. 독서와 음악감상. 이건 정말 고전적이라고밖에 말할 수없는, 급기야는 고리타분하게까지 느껴지는 취미가 아닌가! 나는 내게 취미를 물었던 사람에게 심지어 이런 말까지 했다. '놀리지 마세요. 취미가 독서예요.' 취미가 독서라고 말하고나서부터 나는 정말로 내 취미가 독서인가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되었다. 책을 읽는 것이 취미가 될 수 있는가? 어쩐지 취미란 좀 더 가볍게 즐길만한 무엇 아니던가? 내게 독서란 그리 가벼운 것도, 항상 즐거운 일도 아니었기에 취미가 독서라는 말을 내뱉고부터는 내가 너무 쉽게 대답한 것이 아니었나, 하는 약간의 후회가 들었다. 하지만 평론가 신형철처럼, '체념도 자부도 없이 말하거니와, 읽고 쓰는 것이 전부'라고까지는 감히 말하지 못한다. 그에게 있어서 독서란 더이상 취미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나는 취미가 독서라고 할만큼 내가 그것을 즐기고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취미가 독서라는 말은 어쩌면 취미가 없다는 말과도 같지 않을까? 독서를 하지 않는 사람들의 취미는 무엇인지 궁금했지만 나는 묻지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삶에 치여 취미라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나는 내 삶을 취미로 활용하고 있는가? 나는 내 삶을 즐기고 있는가? 그런 생각을 하니 갑자기 슬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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