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장편소설을 읽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알고 봤더니 소설이 원작이라고 한다. 요즘 뭐 볼만한 영화가 없나 하고 찾다가 예고편을 보게 되었다. 예고편만으로도 충분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예고편만으로도 충분히 반전에 대해서 예측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반전은 하나의 전환점일 뿐이지, 결정타는 아니었다. 어쩌면 반전(이라고 하기에는 미약한) 이후의 모습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제목처럼, '나'를 찾지만, 무엇이 진정한 나인지, 타인이 원하는 이상적인 삶을 연기하고 있는 '나'가 진짜인지, 아님 가짜인지 명확하게 판단할 수 없다. 영화 속 에이미가 하는 모든 말과 행동이 잘못되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 허위로 가득찬 삶을 과연 제정신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영화는 아무것도 해결해주지 않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면서 끝이 난다. 아무것도 변한 것은 없다. 세상은 여전히 선정적이고, 폭력적이며, 단순하고, 우리는 그 속에서 연기를 하며 살아간다. 벗어날 수 있을까? 닉은 에이미에게서, 에이미는 자기자신에게서? 아직까지도 여주인공의 마지막 눈빛이 잊히지 않는다.
'봄날은간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는 <레드 드래곤>을 보았는가 (0) | 2015.05.30 |
---|---|
마미 (0) | 2015.01.11 |
탐엣더팜 (0) | 2014.05.31 |
겨울왕국(Frozen) (0) | 2014.01.20 |
한 걸음 더 내딛는 것에 관해서(설국열차) (0) | 2013.08.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