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은간다

겨울왕국(Frozen)

시월의숲 2014. 1. 20. 20:54

 

 

오랜만에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보았다. 어렸을 때 <인어공주>, <미녀와 야수> 등의 영화를 비디오대여점에서 빌려 본 기억이 난다. 그건 무척 설레고 특별한 일이었다. 멋진 노래와 아름다운 색채의 향연이 화면 가득 펼쳐졌다. 어쩐 일인지 그 이후로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본 기억이 없다. 커가면서 영화보다 다른 것들에 신경을 써야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2D였던 화면이 3D로 바뀌면서 애니메이션에 대한 흥미를 잃은 면도 있다. 기술력이 발달하여 점차 실제화 되어가는 만화의 캐릭터들이 내겐 왠지모를 거부감을 불러일으켰다. 아직은 아날로그적 감성이 남았기 때문인지, 3D로 만들어져 금방이라도 화면을 박차고 나올 것만 같은 캐릭터들에게서 사람의 냄새보다는 공산품의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이것은 잃어버린 것에 대한 향수인가? 하지만 지나간 것에 대한 감상에 젖어 새로이 온 것을 홀대한다면 그 또한 바람직한 자세는 아닐 것이다. 옛것은 옛것대로 새것은 새것대로 그 나름의 맛을 즐기면 되기 때문이다. 나는 그것을 올해 나온 디즈니 애니메이션인 <겨울왕국>을 보고 깨달았다. 엘사가 부리는 눈의 마법이 정말 손에 잡힐 듯 화면 가득 넘처흘렀다. 그것은 2D에서는 느끼지 못할 아름다움의 향연이었다. 음악 또한 귀에 착 감겼고, 왕자님의 키스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전형적인 결말에서 벗어난 점도 마음에 들었다. 진정한 사랑이 남녀간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는 너무 쉽게 간과하고 있었다. 결말이 신선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정말 오랜만에 멋진 애니메이션을 한 편 보았다. 보는내내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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