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의서(書)

가장 소름 끼치는 진실

시월의숲 2015. 1. 5. 22:27

삶의 비밀은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충격과 공포를 준다. 때로 그것은 형체 없는 유령처럼 우리를 덮친다. 공포 중에서도 가장 지독한 공포에 사로잡힌 영혼은, 무―존재의 형체 없는 화신을 두려워하며 떤다. 종종 그것은 우리의 뒤에서 다가온다. 우리가 뒤돌아보지 않을 경우에만 그것은 우리의 눈에 보인다. 우리가 진실을 알아보지 못한다는 것. 그것이 가장 소름 끼치는 진실이다.(94쪽, 페루난두 페소아, 『불안의 서』, 봄날의책,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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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삶의 비밀은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충격과 공포를 준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가 진실을 알아보지 못한다는 것이 가장 소름 끼치는 진실이라는 말에는 전적으로 동의하지 못한다. 우리는 진실을 알아보지 못하기도 하지만, 진실을 알면서도 외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진실을 알면서도 외면하는 것, 그것이 가장 소름 끼치는 진실이라고 나는 말하고 싶다. 말하자면 그것은 총체적인 삶의 비밀이라기보다는 개별적인 인간의 비밀인 것이다. 그러므로 이렇게 고쳐 말해도 되지 않을까. '인간(의 비밀)은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충격과 공포를 준다.'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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