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3월에는

시월의숲 2015. 3. 1. 23:42

계절이 바뀌고 있음을 느낀다. 하긴, 벌써 3월이니까 그럴만도 하다. 요며칠 부쩍 올라간 기온 때문에 두꺼운 겨울 외투가 좀 거추장스럽게 느껴진다. 이젠 겨울이라는 말보다는 봄이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 계절이 바뀌는 시기여서 그런지 몸이 좀 무겁다. 잠을 자도 개운하지 않고, 하는 일도 없이 피곤하다. 좀 산뜻하게 봄을 맞이하고 싶은데, 몸이 따라가지 않는다. 책도 잘 읽히지 않고, 일기도 잘 써지지 않는다. 아니, 책을 읽어야겠다는 의욕도 일지 않고, 일기를 써야겠다는 마음도 생기지 않는다. 본격적으로 봄이 오기도 전에 춘곤증이 먼저 온 것인지, 그저 자고 싶다는 생각만이 머릿속에 가득하다. 아무래도 나는 겨울형 인간(그런게 있다면)인 것 같다. 그러니까 겨울이라는 계절에 더 어울리는 사람인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이것이 단순히 계절이 바뀌는 시기여서 그런건지, 아님 정말로 내가 겨울이라는 계절에 더 맞는 유형의 인간이기 때문에 그런지 알 수 없다. '겨울이라는 계절이 더 맞는 유형의 인간'이라는 것이 정확히 어떤 인간을 지칭하는 것인지 설명할 수는 없지만. 벌써 3월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2015년의 3월. 2015년의 2월은 이제 과거가 되었고, 나는 새로이 펼쳐진 3월의 첫 문 앞에 서 있다. 돌아보면 나는 늘 무언가의 문 앞에 서 있었다. 그 문을 통과해서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시간은 나를 어디로 데려가는 것인가. 내가 진정 가고 싶은 곳은 어디인가. 나는 내가 가고 싶어하는 곳을 향해 가고 있는가. 이번 3월은 내가 가야할 곳이 어디인가 고민하는 달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저 '생각'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이제는 깨달을 때도 되지 않았나. 그 '생각'을 '글'로 쓰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필요한 일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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