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당신의 능력

시월의숲 2015. 5. 18. 23:18

내가 당신의 머릿속까지 들어가 볼 수는 없지 않은가! 나는 순간 그렇게 외칠 뻔했다. 당신이 즉흥적으로 생각하는 것들을 어찌 상대방이 다 예측해서 대응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나는 이해하지 못한다. 당신은 원래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원래 그러니까 이것도 그럴 것이다, 저것도 그럴 것이다 생각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생각이, 당신이 하는 모든 생각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 나는 그저 내 기준과 느낌으로 당신을 판단하며, 당신의 생각을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짐작이라는 것이 정확한 것이던가? 짐작은 짐작일 뿐. 짐작은 언제나 빗나가기 때문에 짐작일 뿐인 것이다. 그러면 당신은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게 네 능력이라고. 거기까지가 네 능력의 한계라고. 그러면 나는 이렇게 말하리라. 그렇다. 당신 말이 맞다. 그것이 내가 가진 능력이다. 나는 고작 그것밖에 되지 않는다. 당신의 머릿속에서 나온 그 생각은 다름아닌 당신 것이며, 그것은 또한 당신의 능력이다. 당신의 능력과 내 능력은 다르다. 당신은 당신의 능력으로 내 능력을 향상시켜주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당신은 그러한 능력까지는 타고나지 못한 것 같다. 나는 당신이 하는 말에 충분히 수긍을 하며,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지점까지 당신의 생각이 뻗어있는 것에 대해 찬탄을 금치 못하지만, 그것은 단지 찬탄에 지나지 않을 뿐, 그것이 내 능력을 향상시키는데까지 나아가지는 못한다. 그것은 반드시 그래야만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반드시 그래야만 하는 것은 없다. 그랬으면 좋았을 뻔한 것들은 있다. 당신의 생각은 반드시 그래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랬으면 좋을 뻔한 것들이다. 그러므로 당신의 생각은, 그렇게 하지 않더라도 아무런 상관이 없을 것들에 대한 부록 같은 것이다. 당신은 내가 하는 말에 수긍하지 않을 것이다. 나도 당신이 하는 말을 다 수긍하지는 않는다. 원래 그런 것이다. 나는 그런 당신을 이해하지 못함을 이해한다. 나는 그런 당신을 인정한다. 당신의 능력을 인정한다. 그렇다. 그것은 오로지 당신의 능력이다. 그러므로 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고, 나또한 아무런 상관을 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오로지 내 능력이다.

'어느푸른저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월의 숲  (0) 2015.05.24
애처로운 사랑노래  (0) 2015.05.22
이팝나무의 계절  (0) 2015.05.10
왜 어떤 이들은  (0) 2015.05.05
웃기지 않은 농담  (0) 2015.0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