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오월의 숲

시월의숲 2015. 5. 24.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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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이 눈부셨다. 햇볕으로 나가면 조금 덥다가도 숲의 그늘로 들어오렴 이내 바람이 불어와 더위를 식혀 주었다. 우리는 잘 가꿔진 숲속 길을 따라 걸었다. 걷다가 나무 의자에 앉아 잠시 쉬기도 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높아졌고, 우리들의 발걸음은 가벼워졌다. 누군가 꼬리가 달린 올챙이를 잡아다 내 눈앞에 들이밀기도 했다. 햇살이 손에 잡힐 듯 구체적인 형상으로 다가왔다. 푸른 빛의 숲 속에 눈을 담그고 온 날이었다. 지난 일주일 동안의 시달림이 한순간에 날아간 느낌이 들었다. 나는 누가 간질이지도 않는데 자꾸 몸을 이리저리 움직였고, 누가 웃기지도 않는데 자꾸 웃음이 나왔다. 달아버린 배터리가 충전되듯 내 몸과 마음도 자연으로부터 충전되고 있다는 신호였으리라. 덕분에 한동안은 조금 수월하게 견딜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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