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그 누구의 슬픔도 아닌

시월의숲 2015. 7. 4. 00:35

이것은 불안인가. 요즘 알 수 없는 감정에 시달리고 있다. 이것이 불안인지, 무기력인지, 피곤인지, 권태인지 판단할 수 없다. 신경이 곤두서 있는 것 같은데, 한편으로는 이상하게 모든 것이 와해되고 있는 느낌이 든다. 곤두선 신경과 짜증스러움, 귀찮음이 한데 엉켜 도저히 이해하지 못할, 정체를 알 수 없는 감정에 사로잡혀 있다. 왜 그런 것인지 생각해 보았으나 결국 아무런 생각도 해내지 못했다. 왜 그런지 생각하는 것조차 힘이 들기 때문이다. 알 수 없는 감정은 알 수 없는 일 때문에 생기는 것인가? 알 수 없는 일이란 알 수 없는 것인데, 그것을 알려고 하기 때문에 불안감이 증폭되는 것인가? 확실한 건 내가 지금 고통을 느낀다는 사실이다. 알 수 없으므로 나는 고통을 느낀다. 고통은 고통을 낳는다. 그리고 결국 슬픔으로 귀결된다. 그 누구의 슬픔도 아닌. 그나마 위로가 되는 것은, 김연수의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이다. 설명할 수 없는 감정 상태 때문에 책을 오래 읽을 수조차 없지만, 김연수의 그 책을 조금씩 읽고 있으면 어쩐지 위로를 받고 있는 것만 같다. 나도 책 속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처럼, 하나의 개별적인 이야기로 존재하고 싶은 욕망 때문일까. 혹은 '나'라는 이야기에서 벗어나 새로운 '나'의 이야기를 쓰고 싶기 때문일까. 어쨌든 지금은 시간이 지나고, 알 수 없는 이 감정으로부터 벗어난 뒤, 그때 내가 느낀 감정의 정체가 무엇이었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