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4시의희망

혁오 - 공드리

시월의숲 2015. 7. 5.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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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미셸 공드리의 <이터널 선샤인>을 본 기억이 났다. 혁오의 <공드리>는 바로 영화감독 미셸 공드리를 지칭한다는 것을, 그리고 그의 영화 <이터널 선샤인>을 보고 써내려간 곡임을, 앨범 소개글을 읽고나서야 알게 되었다. 처음에 이 곡의 제목만 보았을 때는 미셸 공드리와의 연관성을 어렴풋이 짐작만 했을뿐, 확신할 수는 없었다. 뭔가 다른 뜻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정말 다른 뜻이 있었다면 조금 실망했을지도 모르겠다. 어쩐지 그런 생각이 든다. 그러고보니 뮤직 비디오의 장면들도 <이터널 선샤인>을 떠올리게 한다. 참 이상한 일은, 내가 오래 전에 보았기 때문에 기억조차 나지않는 영화의 장면이, 이 뮤직 비디오를 봄으로써 생각나는 것 '같다'는 사실이다. 생각나면 생각나는 것이지 '생각나는 것 같다'는 건 또 무엇인지. 생각나는 것 같다는 말은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특유의 분위기가 떠올랐다는 의미일까. 아무튼 '생각나는 것 같은' 영화의 장면들을 떠올리며 음악을 듣는다. 영화의 내용은 '사랑한 기억'에 관한 내용이었던 것 같다. 사랑했던 기억을 지우고 나서도 다시 똑같은 사람과 사랑에 빠질 수 있는가 하는. 영화를 떠올리면서 뮤직 비디오를 보니 뮤직 비디오가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다. 노래도 좋지만, 영상의 맨 처음, 하얀 눈길을 천천히 달리며 주위의 풍경을 무심하게 보여주는 장면이 마음에 든다. 보이는 것이라고는, 온 세상을 하얗게 덮은 눈과, 길게 뻗어있는 길, 가끔씩 보이는 겨울나무들밖에 없는.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 속에 담긴 은밀한 고립의 느낌을. 저 차갑고 아련한 푸른 빛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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