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지난 봄의 안부

시월의숲 2016. 4. 7. 23:50

작년 이맘때는 무얼 했는지, 어떤 기분이었는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어떤 책을 읽었는지, 어떤 영화를 보았는지, 누구를 만났는지, 왜 그런 것들이 궁금해지는지 모르겠다. 아무 생각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다가도, 어느 순간 갑작스럽게 작년 혹은 제작년 4월에 내가 무슨 생각을 하며 지냈는지 궁금해져서 블로그를 찾아본다. 바로 전 달도 아니고 일 년 전의 오늘 혹은 이맘때를 나는 왜 궁금해하는 것일까. 매년 돌아오는 계절 때문에? 작년 봄에는 이런 일이 있었구나, 작년 4월에는 내가 이런 생각을 하며 지냈구나, 하며 매년 돌아오는 봄을 내 나름의 방식으로 맞이하기 위함일까. 그것이 지금 내 앞에 있는 봄을 대하는 조금 이상한 방식일지라도. 나는 그렇게 지난 봄의 안부를 묻는다. 이건 지금 내가 지나고 있는 봄의 기운과 풍경이 새삼 신기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작년 봄과 올해의 봄이 닮은 것 같으면서도 같지 않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과거의 나를 돌아보는 일이 무슨 소용일까. 과거에 내가 무슨 글을 썼는지 기억나지 않다가도 막상 그 글을 읽으면 즉각적으로 그때의 심정이 되고는 한다. 아, 나는 그때 그런 기분으로 이 글을 썼구나. 그때 나는 그랬었지. 이건 아무런 소용이 없는 일일지 모르지만 적어도 내게 조그만 위안을 주기도 한다. 나는 그렇게 조금씩 과거의 나를 다독이며, 과거의 나와 작별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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