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아무런 예고도 없이

시월의숲 2016. 9. 3. 22:10





그것이 여름의 막바지일 줄 몰랐다. 생각해보면 언제나 그랬다. 우리는 늘 어떤 일이 지나가고 난 뒤, 그것이 무엇이었는지 깨닫는다. 아무런 예고도, 아무런 전조도 느낄 수 없다. 생각해보면 언제나 그랬다. 그저 당하는 수밖에는. 하지만 오는 가을이 싫지 않다. 오히려 가을을 성큼 느끼게 해준 것에 감사한다. 이 뜨거운 여름이 있었기에 오는 가을이 더 고마움을. 나는 그저 이 서늘함을 온 몸으로 받아들여, 새로운 마음으로 구월을 시작하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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