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지진의 여파

시월의숲 2016. 9. 18. 23:57

저번 주 월요일었던가? 그래 9월 12일이었다. 지진이 있던 날, 나는 회식을 하고 있었다. 삼겹살집에서 고기를 굽고 있는데, 갑자기 바닥이 흔들리는 것이 느껴졌다. 처음에는 못 느꼈으나, 두 번째는 확실히 느꼈다. 내가 앉아 있던 자리가, 바닥이, 땅 저 깊은 곳에서 무언가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마치 거대한 짐승이 오랜 잠에서 깨어나면서 켜는 기지개같다는 생각을 했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경험이라서 내가 지금 어떻게 해야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 짧은 순간 느껴진 공포. 흔들림이 사라진 뒤, 사람들은 여전히 고기를 구웠고, 소주를 마셨으며, 지진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세상의 누군가는 고기를 굽다가 건물이 무너지는 경험을 할 수도 있겠구나 생각하니, 소주맛이 조금 달라진 듯 느껴지기도 했다. 회식이 끝나고 밖으로 나오면서 내가 약간 휘청거렸던가? 그것이 술 때문인지, 아님 내 안에서 일어난 지진의 여파 때문이었는지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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