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12월, 경주

시월의숲 2016. 12. 3.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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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에 다녀온지는 얼마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 간 경주에서는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냥 일 때문에 가게 된 것이기에 개인적으로 어딘가를 구경하러 다닐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그건 경주를 다녀왔다고 할 수 있는 것일까? 하지만 이번에 간 경주는 워크숍으로 간 것이기에(물론 개인적으로 갔으면 더 좋았을테지만) 이곳저곳을 둘러볼 수 있었다. 경주를 보러 온 것은 이번이 세 번째인데(일 때문에 간 것을 제외하고), 중학교 수학여행으로 한 번, 몇 년 전에 친구들과 한 번, 그리고 이번이 세 번째 방문이었다. 중학교 때의 알 수 없는 설렘이 사라진 이번 여행은, 무척이나 무덤덤했고, 그래서 오히려 (늘 그랬듯) 혼자 왔으면 하고 바랐지만, 경주에서 바다를 본 것은 처음이었기에 조금은 새로운 여행이라고 해도 되리라, 생각했다. 같이 간 동료들을 생각하지 않고, 그저 나 혼자 왔다는 생각으로, 혼란스러운 마음을 좀 비워보고자 했던 내 바람은 헛되게 끝이 났다. 나는 무슨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시종일관 헛소리를 내뱉고, 그렇게 내뱉은 말들로 자괴감을 느꼈으며,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혼자 있을 때보다 더욱 쓸쓸함을 느꼈다. 어째서 나는 여행을 갈 때마다 그런 감정에 휩싸이는 것일까? 내게 여행은 아무도 함께 하지 않는 혼자만의 여행이어야만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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