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새해 첫 날

시월의숲 2017. 1. 2.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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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이라는 말이 아직 낯선, 새해 첫 날이었다. 정말 오래만에 마음의 여유도 생기고 해서 예전에 내가 많이 다녔던 남산에 올랐다. 천천히 걸으며 오랜만의 여유를 만끽했다. 풍경은 여전했지만 어딘가 어색함이 감돌았는데, 그건 변하지 않는 풍경에 비해 내가 너무도 변했기 때문이리라. 새해라고 해서 달라질 것도 없고, 늘 같은 날들이 지나가는 것 같지만, 주위의 사람들이 바뀌고, 사람의 마음도 쉽게 바뀐다. 변하는 것은 나인가, 그들인가. 아니면 우리 모두인가. 남산을 뛰어다니던 그 소년은 지금 어디에 있는 걸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남산을 내려왔다. 새해 소망이 있다면, 저 나무들처럼 초연해 질 수 있기를. 흔들리지 않는 뿌리를 가질 수 있기를. 좀 더 솔직해 질 수 있기를. 내가 나로 온전히 설 수 있기를. 모두가 나를 외면한다고 해도 슬퍼하거나 좌절하지 않기를. 제발 그러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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