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자작나무숲으로

시월의숲 2017. 2. 5. 14:42

우연히 잡지를 보다가 강원도 인제의 자작나무숲을 소개한 글과 사진을 보게 되었다. 언제인가 나는 텔레비전에서도 그 자작나무숲을 본 적이 있는데, 그때 화면 속 풍경에 깊은 인상을 받아서, 그 숲을 품고 있는 인제라는 지명을 머릿속에 담아두게 되었다. 그러다 어딘가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면 늘 인제의 자작나무숲을 떠올렸다. 하얗고 곧게 뻗은 자작나무로 가득한 숲은 그 자체로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을 느끼게 했고(화면과 사진으로만 보았을 뿐인데도), 언젠가 그곳에 반드시 가보리라 다짐하게 되었다. 가슴 속에 강한 열망을 품으면 이루어진다는 말을 나는 믿고 있으므로. 사실 강한 열망까지는 아니더라도, 가고자 하는 약간의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갈 수 있는 곳이지만, 그렇다고 아무 때나 갈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갈 수 없고, 근처에 차를 대놓고 초소에 인적사항을 기록한 다음 들어갈 수 있다고 잡지에는 쓰여 있었다. 그것도 아무 때나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입산할 수 있는 기간이 있다고. 나는 그 글을 읽고 무작정 마음이 내킨다고 갈 수 있는 곳은 아니구나 생각했다. 자작나무숲을 보기 위해서는 장거리를 가야한다는 것과 산에 들어갈 수 있는 시기를 알아봐야 한다는 것, 어쩌면 근처에서 하룻밤을 자야할지도 모른다는 것 등을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도 언젠가는 가게 될 거라는 예감이 든다. 혼자서 가든, 다른 누군가와 가든. 언젠가가 언제가 될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그 언젠가는.(2017. 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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