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여름의 한가운데

시월의숲 2017. 8. 4.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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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성하고 푸른 숲이 마치 성벽처럼 둘러쳐진 곳. 온통 짙은 녹음으로 가득했던 그곳에서 나는 무슨 생각을 했던가. 고요. 인적없음. 이름모를 풀벌레 소리와 비 온 뒤 젖어 있던 땅. 걸음을 옮길 때마다 풍겨왔던 흙과 풀의 냄새. 검은 불상. 푸른 잎들을 한가득 품고 있던 커다란 나무들. 얕게 내리는, 그래서 내리는 줄도 몰랐던 안개비. 계단들. 색색깔의 처마. 돌담. 폭염이 잠시 주춤하면서 느껴지던 청량감. 그런 것들. 그리고 저 녹색의 나무들처럼 여름의 한가운데서, 성큼성큼,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나아갈 수 있기를 마음 속으로 바랐던가.



- 2017. 7. 29. 흑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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