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누구를 위한 변명인가

시월의숲 2017. 9. 15. 23:05

보이지 않게 우리를 지배하고 있던 음습한 것들로부터 조금씩 놓여나고 있는 것 같다. 조금씩 놓여나고 있다는 말이 맞지 않다면, 조금씩 밝혀지고 있다고 하는 편이 맞을 것이다. 거대 기업의 나라, 최순실의 나라, 조작과 은폐의 나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는 것처럼 생각되기도 한다. 요즘은 예전과는 달리 정치라는 단어를 골똘히 생각할 때가 많다. 정치란 무엇인가, 정치인들이란 어떤 사람들인가, 우리는 정치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올바른 길인가 하는 등등. 그것은 곧 정의란 무엇인가란 물음으로 귀결된다. 의식적으로 어느 한 쪽의 편만을 들지 않으려고, 한 쪽의 의견만 듣지 않으려고 노력하고는 있지만, 돌아보면 한 편으로 기울어져 있는 내 마음을 확인하게 된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건 누구나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누구나 다 자신만의 생각이라는 것이 있고, 양 쪽의 상황과 이유를 다 듣는다고 해서 정중앙에만 위치해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물론 중앙에 위치해 있는 것이 옳바른 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마음이 그 쪽으로 간다면 그 또한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그것이 편견에 치우치거나 관습적이거나, 무지하기 때문에 생긴 판단이 아니기만을 바랄 뿐이다. 요즘 유투브를 통해서 보는 대정부 질문 모습과 청문회 모습 등을 보면서, 국회의원들이란 사람들의 의식수준과 논리성이 정말로 빈약하기 짝이 없다는 사실을 느꼈다. 그것은 정말 예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사실이었기에 상당히 충격적이었고, 그 저급성과 무논리성에 참담한 심정까지 들었다. 저들이 시민을 대표하는 사람들이란 말인가? 시민들이 저런 사람들을 국회의원으로 찍어주었단 말인가? 물론 모든 국회의원들이 그러하다는 건 아니다. 그 중에는 합리적인 판단과 논리적인 언변으로 상대방에게 일침을 가하는 국회의원들도 많았다. 하지만 그들의 언쟁을 보면서(물론 일종의 '쇼'라는데 일면 동의하더라도), 자신에게 과오가 많은 사람일수록 그것을 덮기 위해 더 정치인이 되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문득 들었다. 그래야만 자신의 과오를 스스로 덮을 수 있으니까. 다시 말해, 과오가 많은 정치인일수록 그것을 덮기 위한 논리는 빈약해지고 논지는 비약되어 그가 하는 모든 말들이 궤변이 되고 마는 것이고(그들은 늘 소리를 지른다), 반대로 그 과오를 캐내려고 하는 사람들은 말이 많고, 공격적이며, 논리적이고 집요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앞서 정치에 대해서 생각할 때가 많다고 했는데, 그건 내 경우, 보수란 무엇인가, 보수주의자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생각할 때가 많다는 말이다. 진정한 보수란 무엇인가. 무언가를 지키려고 하는 사람들은 그 지키려고 하는 것이 정말로 지킬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를 생각해봐야 하는 것은 아닌가. 정치인으로써 자신이 지키려고 하는 가치가 본인의 영달만을 위한 것은 아닌지 늘 자문해봐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지만 이 나라의 보수정당에 속해 있다고 하는 사람들의 가치는 도대체 무엇인지, 그것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 지금의 나로써는 전혀 알 수가 없다. 그것은 누구를 위한 변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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