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마음의 문제

시월의숲 2017. 9. 19. 22:06

아직도 치밀어 오르는 이 화의 정체는 무엇일까. 도대체 무엇 때문에 나는 지금까지도 불쑥불쑥 화가 나는 것일까. 이미 지나가 버린 것에 대해서, 이미 끝나 버린 것에 대해서, 이미 놓쳐버린 것에 대해서 말이다. 스트레스로 인한 피로가 나를 감정 조절이 불가능한 상태로 몰고 가는 것은 아닐까. 나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바라지 않지만, 그런 내 노력과는 별개로 사람들이 오히려 내게 피해를 주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내가 피해자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이런 피해의식은 어디서부터 비롯되는가. 어이없고 억울하다고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왜 나한테만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가. 이런 중2병스러운 생각이라니. 이미 그 시절은 오래전에 지나지 않았나. 내가 생각해도 어이가 없지만, 때때로 화가 나는 건 어쩔 수 없고 그것이 내가 바보같아서, 사람들에게 너무 만만하게만 보여서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더더욱 견디기 힘들다. 어렸을 때부터 내면의 어떤 억압이 있었기 때문일까. 클수록 이해의 폭도 넓어지고, 마음도 더 너그러워져야 하는데 오히려 그 반대가 되어간다. 그래서 슬프다. 나 자신이 너무나 한심해서. 하지만 이건 머리의 문제가 아니다. 결국은 마음의 문제인 것이다. 아직 놓치 못하고, 지나치지 못하며, 끝내버리지 못한 내 미련한 마음이.


마음을 어느 하나로 정리하기가 쉽지 않다. 지금 이 글도 치밀어 오르는 화에 대해서 쓰다보니, 그 화의 여러 결을 혼동하여 쓰고 말았다. 내가 화가 나는 것은 한 가지 이유 때문이 아니다. 나를 둘러싼 여러 사람들로 인해서 각각 다른 화가 나는 것이다. 하지만 화가 난다는 그 말 한마디로 그 모든 화가 수렴되면서 마치 하나의 화처럼 느껴지게 한다. 내가 화가 나는 이유는 다양하다. 그 중에는 나 자신이 나에게 내는 화도 있다. 하지만 결국 한가지 진실은 내가 화가 난다는 사실이며, 그것이 나를 힘들게 한다는 사실이다. 나는 정말 그러고 싶지 않다. 나는 당신을 정말 좋아하고 싶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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