캣츠를 두 번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처음 캣츠는 친구의 아내가 못가게 되어서 내게 돌아온 것이었고, 두 번째 캣츠는 동료들과 함께 가기로 약속한 것이었다. 처음 볼 때는 상영 시간에 늦는 바람에 1부를 못보고 2부부터 보게 되어서 못내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온전히 잘 볼 수 있었다. 처음 가본 계명아트센터는 그리 화려하지는 않지만 차분한 외관과 넓은 내부가 인상적이었다. 우리들은 미리 예매해둔 표를 끊고, 야외에서 잠시 이야기를 하다가 시작 10분 전에 들어가 자리에 앉았다. 나는 처음 캣츠를 보았던 기억을 상기하며 약간은 들뜬 마음으로 공연을 관람했다. 하지만 처음의 젤리클송이 끝난 후 30분 정도 지났을까? 내 옆에 앉아 있던 동료들이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1부 공연은 생각보다 차분한 곡들이 많았고, 공연장 난방은 지나치게 따뜻해서 두꺼운 옷이 거추장스럽다 느껴질 정도였다. 그래서인지 공연장 객석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차분하다못해 너무 가라앉아 있는 듯 느껴지기도 했다. 공연장에는 무려 초, 중, 고등학교 학생들이 단체로 관람을 왔는데도 말이다! 아무튼 1부의 마지막에 그리자벨라가 부르는 그 유명한 메모리가 흘러나오는데도 불구하고 졸고 있는 동료를 보니, 좀 안타깝다고 해야할까, 무언가 말로 표현하지 못할 감정이 들었다. 하긴 뮤지컬에 관심이 없거나 캣츠가 어떤 뮤지컬인지 모르고 온 사람들에게는 공연이 좀 지루하다고 느껴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최소한 1부 공연만큼은. 1부 공연이 끝나고 잠을 깬 동료들과 함께 바깥 공기를 마시러 나왔다. B는 캣츠가 무슨 내용인지 모르고 왔다고 하면서, 어디선가 들어본 'Memory'가 흘러나올 때 놀랐다고 말했다. 나는 캣츠라는 작품은 줄거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고양이를 형상화한 인간들의 제스쳐와 그들의 노래와 춤 그 자체를 즐겨야 하는 뮤지컬일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인간이 어떻게 '고양이화'할 수 있는지, 그 절묘한 포인트를 즐겨야 하는게 아닐까 하고. 어쨌거나 우리들은 커피를 한 모금씩 마시고는 2부를 관람했다. 2부는 1부에 비해서 다채롭고, 극적이었으며, 전반적으로 흥겨웠다. 2부 역시 폭발하는 그리자벨라의 아리아가 압권이었다. 처음 볼 때 그리 즐기지 못했던 음악들이 귀에 들어오는 것은 두 번째로 보는 자의 특권일 것이다. 어쩌면 세 번째, 네 번째 본다면 지금과는 또다른 감정을 느낄 수 있겠지. 장정일이 그랬던가. '한 번 보고 만 것은 영화가 아니다. 그건 길거리에서 우연하게 목격하게 된 교통사고와 같은 것'이라고. 그것이 비단 영화에만 해당되는 말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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