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은간다

곤지암

시월의숲 2018. 4. 1. 16:45



아무런 정보도 없이 그저 시간에 맞는 영화나 봐야겠다고 생각했고, 마침 <곤지암>이란 영화가 상영했으므로, 나는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영화의 티켓을 끊었다. 그리고 나서 영화의 포스터를 보았고, 그것이 공포영화란 것을 알았으며, 아주 오래전에 보았던, 역시 공포영화였던 <기담>의 감독 작품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십 년도 더 된 영화이지만, 이상하게도 무척 최근에 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래서 <곤지암>을 보고 난 후, 오히려 <기담>이라는 영화의 예고편을 다시 한 번 더 보게 되었다. 예고편을 보고 있으니, 예전에 보았던 영화의 장면들이 슬쩍 떠올랐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스토리를 담고 있었는지는 떠오르지 않았다. 단지 내가 그 영화를 보고 어떤 아름다움을 느꼈다는 걸, 그래서 블로그에 그 영화에 대한 감상문을 올렸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내가 쓴 오래 전의 그 글을 볼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으므로, 나는 그저 어떤 느낌만으로 그 영화를 생각했다. 최소한 나는 이번에 본 <곤지암>보다는 <기담>이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내가 얼마간 올드하다는 증거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곤지암>에 최근 트렌드인 개인방송이라는 소재가 나오고, 페이크 다큐적인 설정이 들어갔다고 해서 그게 덜 올드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었다. 그러니까 <곤지암>이란 영화가 최근 유행하는(이미 유행에서 한참 벗어난 것인지도 모른다) 트랜디한 요소들을 영화 속에 담았다고 해서 그게 그리 신선하게 보였는가에 대해서는 아마도 확답을 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건 이미 너무 식상하지 않은가? 나는 영화를 보면서, 감독이 이 영화의 미스테리와 호러적인 요소들을 풀어내는 방식을 오히려 <기담>처럼 풀어내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곤지암 정신병원에서의 대참사와 원장과의 관계, 402호의 비밀 등에 집중하여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 미스테리를 증폭시키고 나중에 폭발시키는 방식 말이다. 물론 감독은 곤지암이라는 매력적인 영화의 소재를 색다르게 풀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색달랐는가에 대해서는 앞서도 말했지만 의문스럽다. 이미 많이 봐온 카메라의 흔들림은 리얼하다기보다는 어지러웠고, 등장인물들의 얼굴이 정면에 등장하는 장면(거의 모든 장면들이)에서는, (아무리 잘생기고 예쁜 배우들이라 하더라도) 그들의 콧구멍까지 예뻐보이지는 않았던 것이다. 나는 감독도 뭣도 아니지만, 다른 어떤 장르의 영화보다도 공포영화는 만들기가 참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익숙하고 뻔한 설정과 클레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영화를 보고 나서 나는 <곤지암>에서 등장인물들의 생사보다는 곤지암 정신병원의 비밀 혹은 미스테리가 더욱 궁금해졌다. 전체적으로 많이 아쉬운 영화였지만, 원장 귀신이 한 번 등장할 법도 한데 등장하지 않아서 더 아쉬웠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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