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어떤 형벌

시월의숲 2018. 7. 13. 22:52

나는 견딜 수 있을까. 삶이 주는 압박을. 나 자신이 스스로에게 부여하는 형벌을. 예전에도 그랬지만, 시간이 갈수록 더욱 미래를 알 수 없고, 미래의 내 모습을 상상할 수 없다. 어쩌면 지금의 나와 별반 달라질 것이 없을지도 모르지만, 그렇다면 더욱 암담하지 않은가. 지금의 내가 미래의 나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사실이. 아, 실은 내가 나 자신의 삶을 견뎌낼 자신이 있는가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불안한 심리상태로 언제까지 견뎌낼 수 있을 것인지. 내면에 들끓는 어쩔 수 없는 본능의 비참함을 어찌 감당해낼 수 있을 것인지. 오로지 지금, 여기만 생각하자니 견딜 수 없고, 미래를 생각하자니 더더욱 견딜 수 없는 이 아이러니한 심리를. 나는 예나 지금이나 지극히 어두운 통로를 한없이 걸어가고만 있는 것 같다. 끝도 보이지 않는 아득한 길을. 나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