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시월의숲 2018. 8. 28. 22:40

태풍이 온다고 떠들어대던 매스컴의 예보와는 달리, 내가 사는 이 지역에는 태풍의 전조도 비치지 않았다. 태풍이 상륙한다던 며칠 전 밤 퇴근길에 평소보다 거친 바람으로 인해 태풍이 오긴 오나보다 했는데, 다음 날 일어나보니 태풍이 지나갔다고 했다. 더이상의 바람도, 거센 비도 오지 않고 그냥 실체없는 소문처럼 그렇게 맥없이 지나갔다. 태풍이 마냥 좋기야 하겠나만은, 뜨거웠던 여름을 조금이나마 식혀주고 가뭄의 해갈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는데, 그 기대가 꺾여서 조금은 허탈한 기분도 들었다. 그런데 예상치도 않게 비가 오기 시작하더니 오늘까지 내리 4일째 내리고 있다. 태풍이 올라올 때는 그렇게 바라던 비였건만, 연거푸 4일동안 비가 내리고 보니, 이젠 좀 그만 와도 될텐데 하는 원망이 든다. 일기예보는 이번 주 금요일까지 비가 온다고 하는데, 비가 너무 안와도 걱정, 너무 와도 걱정이다. 뭐든지 '너무'는 좋지 않다. 태풍이 지나가고, 비가 내리는 걸 보고 있으니, 사람 마음이 이렇게도 순간순간 변하는 것이구나, 하는 걸 새삼 느낀다. 더울 때는 덥다고 그늘만 찾아다니고, 가물면 비가 오길 바라고, 비가 너무 많이 오면 이제 그만 오길 바란다. 우리가 이렇게 태풍이 오길 바란 적이 있던가? 태풍이 와서 더위가 한 풀 꺾이기를 바라고, 비가 와서 가뭄이 해갈되기를 바라다가도 지금 이렇게 비가 계속 내리고 있으니 이제는 그만 내리기를 바라는 심리를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인간은 원래 그런 동물인 것인가? 하긴 예전에 나왔던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남자 주인공이 한 말에 대한 대답과도 같을지 모르겠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사랑은 원래 변하는 거라는 걸, 여자 주인공은 일찌감치 알고 있었다. 그렇게 시시각각 변하는 사람의 마음을 탓해서 무엇할 것인가. 하물며 사랑도 그러한데, 태풍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이야. 이건 어떤가. 더울 땐 미친듯이 더워하고, 추울 땐 죽을듯이 몸을 떨고, 따뜻할 땐 날아갈 듯 어깨를 활짝 펴고, 시원할 땐 갈비뼈가 부러질 정도로 깊히 숨을 들이마시는 건. 사랑이야 변하건 말건 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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