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직업이라는 것

시월의숲 2018. 9. 6. 22:54

직업이라는 것은(물론 다양한 직업이 있지만, 나처럼 일정 기간 근무처를 옮겨다녀야만 하는 직업의 경우), 또다른 문제를 맞닥드리는 일, 그러니까 어떤 골치아픈 문제로 끙끙거리다가 어찌어찌하여 그것에서 벗어나게 되더라도 또다른 문제에 마치 운명적으로 직면하게 되는 일이 아닐까. 마치 누군가 나를 골탕먹이려고 작정한 듯, 힘든 일에서 놓여나 이제는 좀 숨통이 트일만 하면 또다른 문제가 발생하여 다시 긴장의 끈을 늦추지 못하게 만드는 것. 늘 신경을 곤두서게 만들고, 늘 소화불량에 걸리게 하고, 늘 쓸데없는 걱정과 상처를 떠안아야 하며, 늘 잠이 모자라고 피곤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직업이 아닐까.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갖기 위해 뜬눈으로 밤을 새우기도 하지만, 막상 그 꿈을 이루고 나면 돌아오는 건 편안함이 아니라(직장을 얻었을 때 잠시 느끼게 되는 기쁨을 제외한다면), 무한한 절망이 아닐까. 돈을 벌어야 하기에, 어쩔 수 없이 직업을 가졌으며, 그로인해 직장에 맞도록 자신의 몸을 구겨넣어야만 하는 굴욕과 더러워도 견뎌내야만 하는 직장 상사의 모욕을 우리는 하루하루 감내하고 있다. 그것은 마치 목숨을 깎아먹는 것처럼 힘들고도 서글픈 일이지만, 정말 어쩔 수 없이, 어쩔 수 없이 온몸으로 그것을 견딘다. 하지만 그것은 정말 어쩔 수 없는 일인가? 때론 그런 생각도 든다. 안정된 직장을 박차고 나가 도대체 내가 무얼 할 수 있단 말인가?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묻는다. 하지만 다시 드는 생각은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 나는 갚아야 할 대출금이 있고, 부양해야 할 아버지가 있으므로. 만약 내게 능력이 있어서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고 해도, 과연 그것을 직업으로 가졌을 때, 지금과 같은 고민을 하지 않을 거라는 장담을 할 수 있는가? 직업이란 근본적으로 문제의 연속, 산 넘어 산이 아니던가? 배수아의 말처럼, 모든 직업은 우울하므로. 직업의 속성이 그런 것이라면, 내가 무슨 직업을 가지든 마찬가지가 아닌가. 또다시 이야기는 원점으로 돌아온다. 이런 생각의 연속 속에서 나는 지금도 쳇바퀴를 돌고 있다. 열심히. 하긴, 문제를 다 풀고 더 풀 문제가 없다면 일은 거기서 끝나는 거겠지. 하지만 끊임없이 문제를 풀어야만 하는 직업 말고 정영 다른 일은 없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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