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어떤 마음

시월의숲 2018. 8. 21.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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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쓰고 싶다는 건, 평상시와 달리 편하지 않고, 무언가 신경을 쓰거나, 어떤 일로 인해 심경의 변화가 생겼을 때 커지는 마음인지도 모르겠다. 의기소침해지거나, 급격히 좌절감을 느끼거나, 아프거나, 허탈감을 느끼거나, 슬프거나 절망할 때, 그럴 때 무언가를 쓰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내 이런 마음을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기 때문일까. 아무도 말할 사람이 없고, 나혼자 중얼거리는 것조차 힘이 들때, 혼자, 골방에 앉아 모니터 앞에서 타자를 치고 있다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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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이상하게 머리가 무겁고, 몸이 뻐근해서 컨디션이 그리 좋지 않았는데, 내 상사라는 사람의 지적에 또 의기소침해지고 말았다. 그는 내가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할 줄 알고, 그렇지 않은 경우(예를 들어 업무상 오류가 발견되었을 때)는 굉장히 놀라며(혹은 놀라는 척하며), 네가 그럴 줄 몰랐다는 투로 말을 한다. 아니, 네가 그렇게 업무가 서투른 줄 몰랐다. 똑똑하다고 평판이 자자하던데, 업무가 왜 이렇지? 정말 미치겠군. 내가 그냥 믿고 업무를 맡겼는데, 이거 정말 안되겠네. 그는 굉장히 어이없어 하면서 내가 잘못한 일에 대해서 지적하기에 바쁘다. 나는 그의 말에 수긍하며, 내 실수를 인정하면서도 상당히 기분이 상한다. 그것은 그가 내 자존심을 건드렸기 때문이 아니다. 그것은 그의 지적이 마치 내가 당연하게도 그 모든 것들을 한치의 오차도 없이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있다. 물론 그것은 본인이 찾아보지 않았다면 미처 모르고 지나갔을 거라는 사실에 대한 그만의 황당함 혹은 놀라움, 어이없음의 표현인지도 모르지만, 그렇다고 치더라도 나는 그가 화를 내는 방식, 지적을 하는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적응이 되지 않는다. 틀렸으면 고치면 되고, 몰랐으면 알면 된다. 내 부족함을 자랑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그로인해 내 부족함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하지만 열심히 하는 일에 대해 칭찬 한마디 없이 잘못된 것에 대해 지적만 한다면, 과연 그것이 잘못되었다 한들, 쉬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내가 아직 덜 단단해져서인지 모르겠지만, 아직 나는, 내 마음은, 그렇게 잘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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