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박정현 콘서트에 다녀오다

시월의숲 2018. 9. 14.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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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 수 없게도, 박정현 콘서트에 다녀왔다. 누군가 우연히 박정현 콘서트에 가자고 말하지 않았다면 결코 알지도 못했을 공연이다. 평소에 그의 음악을 즐겨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콘서트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은 것은 이상한 일이다. 대중가수로는 유일하게 이소라의 공연을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뿐. 처음부터 박정현을(그러니까 그의 음악을) 좋아한 건 아니었다. 무려 20년 전에 데뷔 앨범을 냈을 때만 해도 목소리가 내 취향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가고 싶은 가수의 콘서트가 이소라라고 하지 않았나. 이소라와 박정현의 목소리를 떠올린다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박정현의 청아한 음색 또한 마음에 들기 시작했고, 결정적으로는 '나는 가수다'에서 불렀던 조용필의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가 무척 인상깊게 다가왔다. 박정현 자신의 노래보다도 타 가수의 노래 부르는 것을 보고 좀 더 좋아지게 되었다는 건 아이러니하지만 말이다. 어쨌건 그는 화려하고도 아름다운 음색을 가진 훌륭한 가수이고, 실제로 듣는 그의 노래는 텔레비전이나 음반을 통해 듣는 것보다 훨씬 좋았다. 이번 공연에서는 특히나 '미장원에서'라는 노래와 '서두르지 마요'라는 노래가 기억에 남는다. 다만 내가 좋아하는 '미안해'를 듣지 못한 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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