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고요한 풍경을 바라보듯

시월의숲 2018. 9. 30.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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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가 지나갔다. 연휴 동안 거의 집에서만 지냈지만, 시간을 내어 몇 군데 다녀오기도 했다. 집 근처 못가본 곳을 찾다가 봉화로 정하고 어디 갈 것인가 고민하다가 얼마 전 직장 동료가 다녀왔다고 한 향적사를 가기로 했다. 그 사람 말로는 한 번쯤은 가볼만한, 고요하고 고즈넉한 절이라고 했다. 가보니 과연 이런 곳에 절이 있구나, 할 정도로 외진 곳에 위치해 있었고, 도로도 그리 평탄하지 않은 가파른 산길을 올라가야 했다. 절의 규모는 생각보다 작았지만, 정말 고요하고 사람들의 발길이 드문 곳이었다. 그곳에서 잠시 머물다 청암정으로 갔다. 닭실마을이라고 하는 마을을 옆에 끼고 있는 청암정은 출입이 금지되어 있어 그 면모를 제대로 감상하기는 힘들었지만, 청암정 옆 물 위에 누워 있다시피 한 나무만으로도 충분히 운치를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자연환경이 마을 전체를 고풍스럽고 아름답게 보이게 했다. 그렇게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며 걸었다. 걸으면서 생각했다. 우리는 왜 저 고요한 풍경을 바라보듯 그렇게 서로를 바라볼 수 없는가. 왜 서로 고요해질 수는 없는가. 상처가 되는 줄 알면서도 우리는 왜 서로에게 모진 말을 하는 것인가. 풍경을 바라보며 마음을 추스리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풀리지 않는 의문이었다. 마치 서로 상처주지 못해 안달난 사람처럼 우리는 모처럼 만나 또 그렇게 언성을 높이고 말았으니. 시간이 해결해 주지 못하는 것도 있는 모양이다. 아님,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인지도. 하지만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란 얼마 없지 않은가. 고요한 풍경을 바라보듯 그렇게 서로를 바라보았으면 좋겠다. 싸우며 허비한 시간들이 너무나도 아깝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