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그냥 버르장머리 없는 꼬마에 불과한 그런 아이 중 하나

시월의숲 2018. 10. 10. 22:43

각자 어머니들의 눈에는 엄청나게 똑똑한 반면 나머지 세상 사람들의 눈에는 그냥 버르장머리 없는 꼬마에 불과한 그런 아이 중 하나이고, 각자 어머니들이 보기에는 머리가 놀랄 만큼 뛰어나지만 나머지 세상 사람들의 눈에는 그냥 막돼먹은 것에 불과한 그런 아이 중 하나이며, 설사 그 꼬맹이가 아직은 입을 열어 뭔가 얄미운 소리를 내뱉기 전이라 할지라도, 꼬집기 딱 좋게 생긴 그 둥근 뺨을 붙잡고 공중에서 반 바퀴 회전을 하고 싶어 손이 근질거리게 되는, 그 정도로 신경에 거슬리는 아이, 진절머리나게 당돌하며, 안경을 쓴 경우가 흔하고, 입에 철사를 낀 경우도 있고, 거의 대부분이 금목걸이를 했고, 만사에 다 끼어들기를 좋아하고, 우리의 발을 밟은 다음에도 사과할 줄을 모르며, 사과는커녕 도리어 우리가 잘못해서 자신이 우리 발을 밟았다는 듯한 뻔뻔한 시선으로 우리를 쳐다보는, 그런 아이 중 하나,…(303~304쪽, 안토니우 로부 안투네스, 『대심문관의 비망록』, 봄날의책,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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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나라, 어느 시대, 어느 인종할 거 없는 진리가 있다면 아마도 그건 '그냥 버르장머리 없는 꼬마에 불과한 그런 아이 중 하나'가 어디에나 있다는 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