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가을이 더 깊어지면

시월의숲 2018. 10. 14.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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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더 깊어지면, 다시 한 번 더 오리라 다짐하며 그렇게 절을 내려왔다. 먹구름이 군데군데 끼었지만, 날씨는 화창했고, 햇살은 눈부셨으며, 바람은 선선히 불었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적었고(그래서 좋았고), 차를 주차하고 걸어 올라가는 시간도 적당하였고, 걸어올라가면서 느낀 충만함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이 가을이 깊어지면 꼭 한 번 더 오리라, 다짐했다. 산사를 올라가는 길에 아직 물들지 않은 단풍나무가(이제 막 물들기 위해 준비하는 단풍이) 쭉 늘어서 있었던 것이다! 물론 단풍이 들기 전의 노란빛과 아직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초록빛으로도 충분히 좋았지만. 다음에 올라가서는 절 안에 있던 작은 찻집에서 차를 한 잔 마셔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