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누구나 조금씩은 미쳐있는 건지도

시월의숲 2018. 10. 11. 23:45

누구나 조금씩은 미쳐있는 건지도 모른다.


문득 낮에 동생의 전화를 받고 저녁에 집에 와서 다시 생각해보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건 내가 동생으로부터 전화를 받을 때마다 조금씩 드는 생각이다. 미안함과 측은함 같은 것. 왜 좀 더 따뜻하게 대하지 못했나 하는 자책같은 거. 그리고 동생도, 나도 조금씩은 미쳐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어쩌면 누구나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미쳐있음의 정도와 상황이 조금씩 다를 뿐. 핑계처럼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누구나 조금씩은 정신이 나간 채로 삶을 살지 않는가? 도대체 이 세상에서 제정신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얼마나 된단 말인가? 하지만 그것이 특히나 가족들에게, 내 동생에게 상처로 다가간다면 그 또한 얼마나 슬픈 일일까. 나는 아무렇지 않은채로, 그것이 상처일수도 있다는 생각을 꿈에도 하지 못한 채 너에게 상처를 준다. 너또한 나에게 그것이 상처가 되리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채 무심히 상처를 준다. 우리는 서로 그렇게 툭툭 상처를 주고, 받는다. 제정신이 아닌 채로 살다가 문득 아주 잠시동안 제정신으로 돌아올 때, 커다란 자책과 슬픔 또한 밀려오니, 우리는 그 무게를 감당할 수 없어 다시 정신을 놓아버리는 것은 아닌가. 그게 아니라면 우리는 왜 상처가 되리라는 사실을 알면서 서로에게 모진 말을 하는 것일까. 알면서도 할 수 밖에 없는 불가항력적인 충동 혹은 본능이 우리의 저 깊숙한 마음 속에 잠재해 있다는 말일까. 우리는 누구보다 서로의 과거를, 아픔을, 어둠을, 고통을 잘 알지 않은가. 도대체 누가 있어 우리의 상처를 보듬을 수 있단 말인가? 나는 나 자신이 너무나도 싫어지는 때가 있다. 너무 싫어서 고통스러워지는 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