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이런 마음과 저런 마음

시월의숲 2019. 9. 2. 23:13

그러니까, 구월의 첫째 날은 아니고 둘째 날. 아침부터 흐리긴 해도 비가 오지는 않았는데, 오후부터 아주 조금씩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퇴근할 때까지 비가 계속 왔다. 뜨겁던 팔월도 과거가 되어버렸고 새로운 구월이 시작되었지만, 비와 함께 맞는 구월은 어쩐지 조금 서글프다. 퇴근길에 자동차의 와이퍼를 수시로 작동시켰는데도 앞유리창에 뿌연 김이 서려서 마치 안경을 잃어버리고 비오는 거리에 홀로 서 있는 고아처럼 순간 당황스러웠다. 서글픔과 당황스러움. 구월의 둘째 날 내가 느낀 기분을 두 단어로 표현하면 그렇다. 이런 기분을 느끼는 건 순전히 날씨탓일까? 순전히 날씨 탓이라고만 하기에는 뭔가 석연찮지만, 그렇다고 전혀 날씨 탓이 아니라고 한다면 그것 또한 거짓말일 것이다. 어쩌지 못하는 마음과 어쩔 수 없는 날씨. 갈팡질팡하는 마음과 어떤 식으로든 결판이 났으면 하는 울컥함. 이런 마음과 저런 마음. 이런 날씨와 저런 날씨. 누군가는 새 달의 첫날부터 야근을 하면 그 달에는 야근하는 날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는데, 나는 새 달의 첫 출근을 울적한 마음으로 시작했으니 구월은 서글픈 날이 많아지게 될까봐 걱정스럽다. 알 수 없는 마음과 알기 싫은 마음. 구월은 어쩌면 이런 마음과 저런 마음이 공존하는 달이 되지 않을까. 늘 그런 양가적인 마음 속에서 살았다면, 구월은 그런 마음을 더욱 여실히 느끼게 되는,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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