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은간다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

시월의숲 2020. 1. 12. 20:34


나는 스타워즈 시리즈에 그렇게 애정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무려 70년대 말 80년도 초에 나온 이 시리즈를 내가 볼 수 있을리가 없었고, 이후에 나온 에피소드 세 편도 앞의 세 편을 보지 않았기 때문인지 그닥 내 흥미를 끌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에 나온 '깨어난 포스' 와 '라스트 제다이'를 재밌게 보았기 때문에 이번에 나온 마지막 영화도 보고 싶었다. 오랜 시간동안 이어온 대서사시의 마지막을 지켜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이 영화에 대해서 길게 이야기할 것이 없다. 길게 이야기하고픈 마음도 생기지 않는다. 이 영화의 결말은 누구나 예상했겠지만, 누구나 예상한 결말이라 하더라도 이 영화의 오래되고 열성적인 팬들과 그렇지 않는 나같은 사람이 받아들이는 느낌은 사뭇 달랐으리라 생각된다. 내 경우, 차라리 직전 영화였던 '라스트 제다이'가 없었더라면 더 좋았을 영화라고만 해두자.


화는 처음부터 그렇게 기획되었던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라스트 제다이' 이후 팬들의 수많은 불만과 항의 때문이었는지, 앞서 보여주었던 새로운 가능성들을 하나씩 지우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것은 오랜 팬들로써는 반가운 일일지 모르나 나는 그렇지 않았다. 애써 만든 새로운 길을 지우고 다시 과거로 회귀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물론 영화는 그 자체로써 매력적이고 인상적인 장면들도 많았으며, 마지막에는 울컥하기도 했다. 스타워즈 특유의 툭툭 끊기는 장면전환과 군데군데 개연성 없는 전개는 오히려 이전 영화들보다도 적었던 것 같다. 하지만 전작에서 모색했던 가능성들을 스스로 지우는 모습은 '라스트 제다이'와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 과연 동일한 시리즈가 맞는가 의심할 정도였다. '라스트 제다이'에 나왔던 루크와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에 나왔던 루크는 과연 동일 인물인가? 오락 영화로서는 손색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전작에서의 야심은 이상할 정도로 줄어든, 내겐 너무나 아쉬운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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